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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철, 기억의 미래 - 不在의 現存? / 허정선(미학박사,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사)


해와 달, 그 빛의 광채 그리고 일출의 장엄함과 철의 강인함은 작가인 나에게 작업의 원천적인 에너지를 추동하는 힘이다. 고지도를 매개로 하는 작업은 나의 10여년의 작업여정과 함께 해 온 모티브이다. 고지도는 우리나라와 나아가 아시아의 세계를 읽기 위한 도구이자, 새로운 시각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매체이다. - 초대작가 김미련, 작가노트 中 - 기억의 미래? 비논리적 언어의 조합인가. 시공간성의 역설인가. 20세기 초, '의식의 흐름‘ 이후 과거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의식의 근저에서 의식적 언행에 영향 미치는 ’무의식적 기억‘이 존재한다. 여기 ’고지도‘를 매개로 시간성과 역사성에 대한 역설이 아닌, 새로운 해석이 전개된다. 영일만바다는 빛의 정기와 철의 기운이 숨 쉬는 곳이라고 한다. 해와 달을 상징하는 고대 연오랑세오녀 이야기와 한국 근대를 일으켜 세운 포스코 건립 이야기, 그리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영일만 사람들의 의지까지 . . . (인터렉티브 미디어 작품 2점)

초대작가 김미련은 영일만의 거대서사에 주목하기보다 오히려 그 이면에 가려진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작가는 “쇠밥, 풀, 부식된 닻, 조개, 깃털, 씨앗, 열매, 나무 등을 채집하고 기록하며, 철을 제조하고 연마하며 삶을 일구어낸” 영일만 사람들의 땀의 흔적을 추적한다(2D 스캐닝 작품 16점).

그녀는 추상적인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물성을 활용한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과거를 오늘에 불러낸다. 이러한 작가의 노력은 포스코를 직접 방문하여 제철의 과정을 보고 느끼는 일, 현대제철에서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잔여 쇳밥을 직접 싣고 와 쇳밥 영일만고지도를 전시장 바닥에 만들어 보고, 새로운 영일만의 길을 개척하는 체험(전시 바닥 설치), 풀이나 깃털 등 영일만의 흔적을 2D 스캐닝기법으로 관람객에게 체험하게 하는 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2D 스캐닝 체험). ‘의식의 흐름’은 20세기 초 모더니즘 문학의 창작 기법의 하나로,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 등의 작가를 통해 구현되었는데, 주인공의 주관적인 시간의 세계를 잘 그려내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기억되는 과거는 현재의 의식에 분명 영향을 미친다. ‘오늘’을 살아가는 영일만 사람들은 ‘어제’의 영일만 사람들의 땀의 흔적을 발판으로 살아가고 있다. 위기는 또 하나의 새로운 출구를 열어가는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포항의 이런 모든 시간성과 역사성, 그리고 비전을 향한 꿈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그릇이다. 과연 영일만의 과거는 보이지 않지만 현재에 살아있고, 미래에도 기억되어야 할 유의미한 역사성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 . . . 우리는 부재(不在)의 현존(現存)을 목격하고 있는지 . . .

‘빛’과 ‘철’의 영일만 과거는 반성적으로 기억해야할 새로운 미래로 전개될 것이라고 . . .

우리는 . . . 그 그릇 속에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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