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지우는 로컬 포스트Local-Post Blurring Boundaries / 백기영(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 부장) Kiyoung Peik, Chief Curator of t
2012년 7월 대구에서는 모바일 작업장(?)에서 작업하는 예술가들로 불리는 ‘디지털 노마드 예술가’ 몇이 모여서 온 오프라인 국제교류전시를 위한 <로컬 포스트 콜렉티브>가 결성되었다. 작가 김미련이 주도해서 구성한 이 그룹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카바레티스트, 애니메이터, 사진작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참여하였다.
<로컬 포스트>는 가장 먼저, 인간의 감각을 확장시켜 동시대 예술을 혼성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디지털미디어 기술을 주목했다. 이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이 요구된다. 이들은 <로컬 포스트>를 통해서 각자의 작업을 확장하기도 하지만, 미디어의 다원적 결합을 실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필요로 했다. 둘째, 이들의 예술적 실험은 국가, 지역, 그리고 의제가 서로 다른 그룹 간의 경계를 넘어서 전 방위적으로 예술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환경을 주목했다. <로컬 포스트>가 대구를 중심으로 결성되었지만, 이들이 독일의 베를린이나 프랑스의 노르망디 같은 유럽의 작가들과 접속하여 예술프로젝트를 확장할 수 있는 동력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예술과 전혀 무관한 지역의 생활예술과 일반인들의 삶을 결합하는 공동체 예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공동체는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하는 그들만의 고유한 삶과 접속하게 하는 통로가 되었다.
<로컬 포스트>의 활동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서로 다른 장르의 작가들이 함께 하는 장르 간 협업 작업이다. 인터렉티브 기술과 영상 애니메이션의 결합, 성악과 현대무용의 결합, 관현악과 영상 애니메이션의 결합, 등 다원예술 영역으로 분류되는 예술실험이 주를 이루었다. 이런 실험영상 인터렉티브 작업은 공공 공간의 예술축제현장에 설치되어 많은 참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강정 라이딩, 2015), 또한, 대구예술발전소에서 벌어진 전시공간에서의 성악과 무용의 결합과 같은 실험을 통해서 주로 미술작품 전시만 소개되는 공간이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기도 하였다.(Do it Theater, 2013) 전통적인 콘서트홀에 실험영상을 소개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친구 건축가 빅토르 하르트만을 기리기 위해 쓴 피아노, 관현악 모음곡<전람회의 그림>을 패러디한, 피아노 연주와 영상 이미지 프로젝션 실험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2013)이 대표적이었다. 이런 실험 작업들은 장르 간의 경계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지역예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작업들이 예술계 내부에서 변화를 일으키려는 실험이라면, ‘전방위예술행동네트워크’는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에 해당된다. 이들의 실천은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보다 민주적이고 동시대적인 예술실험을 지향하고 있다. <로컬 포스트>가 함께하고 있는 예술행동네트워크는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정치적인 의제(환경, 재개발, 세월호, 표현의 자유 등)를 포괄해 왔다.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예술행동 네트워크는 대구 강정문화제(2015), 청도 삼청리 송전탑 반대예술행동(2014), 뒤쎌도르프에서 열린 민주주의 컨테이너 프로젝트(2012, 2014)등 매우 다양하며, 문래동의 대안공간 이포에서 열렸던 옥상의 정치(2014), 세월호 예술행동(2014), 제1회 저항예술제(2015)와 같은 정치적인 문화행사나 지역의 자립예술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에도 적극 참여하여 제도개혁을 위한 정책제안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예술제도가 서구에 비해 안정적으로 구축되지 못한 사회에서 예술가들은 스스로 제도 정치적 투쟁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김미련은 개인작업과 사회적 실천이 바탕이 된 <로컬 포스트> 콜렉티브 작업을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다. 개인 작업이 미시적인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다면, 콜렉티브 작업은 거시적인 세계로 확장한다. 이 두 세계에는 시간의 지층과도 같은 기억들로 쌓여 있는데, 예술가로서 그의 과제는 이런 세계의 이미지를 발굴해내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기억의 지층들이 과거에는 문자언어인 ‘글(Text)’로 저장되어 있었다면,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우리시대에는 점점 더 다각적인 형식의 디지털 정보들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미련은 이 기억의 이미지들이 만들어낸 지층을 탐사하고 있다. 이미 고도로 축적된 정보의 지층인 디지털 정보들은 이미지, 음향, 3D 스캔 파일, 지도, 기타 디지털 코드 형태로 변환 가능한 것들이다. <로컬 포스트>는 이 기록된 디지털 정보들을 시간의 흐름 위에 역 재생하고 점프 컷, 꼴라쥬, 편집해서 작업에 접속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 따라서 이들이 구사하는 인터렉티브 작업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커뮤니티 아트처럼 공동체 기반의 예술 활동으로 확장되고 정치적 의제들을 다룰 때는 급진적인 사회참여 행동주의 예술로 전환된다.
김미련은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서 존재와 공간이 어떻게 시간과 관계 맺고 있는지에 대해 꾸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대표 작업인 독일 유학당시 제작했던 <Before & After, 2006>는 붙박이장을 사물이 들어있는 상태로 벽 안에 차단해 버린 뒤, 발굴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이 작업은 전시장 벽면 페인트를 벗겨내서 공간의 속살을 보여주는 <사루비아의 피부, 2016> 시리즈와도 비교할 수 있다. 이 두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공간의 역사성에 대한 김미련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일상적인 공간 안에서 우리는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과거와 현재, 드러난 것과 내재된 것, 피부와 살처럼 이분법적인 경계를 통해 감각하고 접촉 가능한 세계와 그렇지 못한 세계로 구분해 생각한다. 김미련의 경우, <로컬 포스트>와 같은 협업 작업에서는 디지털 미디어가 확장 가능한 다양한 감각적 층위의 작업과 접촉했다면, 개인 작업에서는 미디어의 본질적 실체를 발굴하기 위해 천착했다. 그녀는 벽면에 숨겨진 공간이나 표면 아래 숨기고 있었던 흔적들을 밝혀내서 피상성의 인터페이스 뒷면을 탐구한다. <로컬포스트>의 미디어가 디지털 정보화된 비가시적인 것들을 다양한 출력 장비를 통해 구현된 세계라면, 개인 작업이 접촉하고 있는 대상은 스스로가 미디어 이자 비가시적인 것들을 내포하고 있는 실체가 된다. 김미련은 이 비가시적인 것들을 다시 감각 가능한 실체로 드러내 보여준다. 그의 작업방식은 수행적인 육체노동을 동반하거나 외부의 협력 혹은 동시대 과학기술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기억의 미래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이포와 광명의 문래슈팅- 낮과 밤, 2014>에서는 길고양이 2마리가 비디오 카메라가 장착된 헬멧을 쓰고 문래동 철재상가 골목의 낮과 밤의 영상과 소리를 기록하였다. 여기서 길 고양이는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 공간의 속살을 탐구하는 대리자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 그녀의 스캐노그래피 시리즈<문래스캐닝>에서는 서울의 철제공단 지역 문래동에서 수집한 사물들을, <Spatial Plants>에서는 작가가 여러 장소에서 채집한 식물들을 표피적 상태로 스캐닝했다. 앞의 공간 작업이 탐구와 발굴에 기초했다면, 이 작업은 수집과 채집에 기초해 있다. 전자가 실체를 해체하고 분석해서 도달한 결과물이라면, 후자는 파편들을 주워 모아서 도달한 결과물이다. 스캐너 위에 오른 채로 접촉하는 유리판으로부터의 심도를 유지하면서 표피가 전사된 사물들은 깊은 암흑 속을 부유하는 우주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처럼 작은 개체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서 문래동에 관한 기억의 단편이거나 한국의 시골 전형적인 마을에서 자라고 사라지는 식물의 표본인 것이다. 스캐노그래피 과정은 마치 동식물의 채집이후, 말리거나 포름 알데히드 같은 용액에 절여진 채로 표본실로 들어가는 수집물의 죽음을 연상시킨다.
김미련은 이처럼 작가로서의 주체성에 관해서 끝없이 의심하고 탐구한다. 동시에 어떻게 이 주체가 외부세계와의 관계를 통해서 자아를 확장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2005년에 제작한<Remapping> 시리즈는 주체의식이 물리적인 공간의 위치에 따라 지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업은 하얀 석고판 위에 세계지도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이 음각된 평면작업 시리즈였다. 김미련은 이 작업에서 3차원 공간 안에 위치하고 있는 영토들이 2차원 평면의 지도로 환원될 때 우리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세계지도와는 다른 영토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시리즈 작업은 지구본 모양의 구형설치물(2006)로 변형되었다가 최근 영상 이미지 설치작업(2012)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주체 중심의 공간인식은 <Remapping 대구, 2012>에서는 대구의 고지도와 현재의 이미지들을 활용한 인터렉티브 작업으로 나타났다. 변화하는 환경을 대변하는 도시의 이미지들은 고지도의 표면 사이로 밀고 나오는 실재하는 현실이다.
Local-Post Blurring Boundaries
By Kiyoung Peik, Chief Curator of the Seoul Museum of Art
The artist collective Local-Post was formed by a few digital nomad artists who are defined as artists who work in so-called mobile workshops. Artists in a wide range of genres, such as media artists, animators, Kabarret artists, and photographers, joined this group led by artist Kim Mi-ryeon. Above all, Local-Post observes digital media technology which is bringing about a hybrid transformation in the art of our time by expanding human senses. Rapid evolution in this form of technology requires collaborations with experts in each field. They needed a platform in which they could experiment with a combination of media while extending the territories of their work in Local-Post. They paid attention to the environment of social media networks in which such artists are able to carry out their artistic practices, crossing the borders of countries, regions, and groups dealing with different subjects. Even though Local-Post was founded in Daegu, it is working to expand their art projects in collaboration with European artists from Berlin, Germany, and Normandy in France. Lastly, they have made efforts to create community art in which art is fused into the lives of the general public. This community has acted as a passage through which we can come into contact with their intrinsic lives which reflect regional specificity.
The most salient feature of Local-Post’s activities is the joint work created by artists from different fields. They have mostly conducted artistic experimentations in the dimension of pluralistic art: a melding of interactive technology and video animation, of vocal music and contemporary dance, and of orchestral music and video animation. This interactive experimental work (Gangjung Riding, 2015) drew the attention of many participants when it was installed in a public space for an art festival. Similarly, a space used for exhibiting artworks was turned into a theater (Do It Theater, 2013) through an experiment in which vocal music was combined with dance at Daegu Art Factory. There was an endeavor to introduce an experimental video at a conventional concert hall. Typical of this was an experiment with piano playing and video image projection, a parody of Pictures at an Exhibition, a suit of ten pieces composed for piano by Modest Mussorgsky in remembrance of his architect friend Viktor Hartmann. (Pictures at an Exhibition by Mussorgsky, 2013) Such experimental pieces were probably something remarkable in the regional art scene in which the boundaries among genres still remain clear.
Similar to how such works are experiments meant to bring about change, the Omnidirectional Artistic Action Network has carried out practices to bring change to local society. They seek more democratic, contemporary artistic experimentations, moving beyond the boundaries between regions and nations. The Network in partnership with Local Art has been involved in a wide array of domestic social and political agendas in relation to the environment, redevelopment, the Sewol ferry disaster, and freedom of expression. The artistic practices they are involved in vary and include the Daegu Gangjeong Culture Festival (2015); Artistic Action for Opposing the Construction of a Transmission Tower in Samcheong-ri, Cheongdo (2014); and Democracy Container Project (2012, 2014) held in Dusseldorf, Germany. They keep up policy proposals to reform the systems while actively engaging in political-cultural events such as Politics of the Roof (2014) held at Alternative Art Space IPO in Mullae-dong, Sewol Ferry Artistic Action (2014), and the 1st Resistance Art Festival (2015) as well as round tables to discuss local self-reliant art.
Kim Mi-ryeon has constantly researched how being and space engage with time through her works. Before & After (2006), a showpiece she produced while studying in Germany, documents the process of excavating a walk-in closet that was sealed off behind a wall in the state of holding things within it. This work is compared to SO.S (Sarubia Outreach & Support, 2016), a series in which a space’s bare skin has been exposed by peeling the paint off of the wall. These two works enable us to read her ideas on the historicity of space.
In our everyday space we distinguish the world that we can sense and contact from the world that we cannot through the dichotomous borders between the visible and the invisible, the past and the present, the revealed and the immanent, and skin and flesh. While Kim was involved in diverse sensuous layers of digital media that can be expanded in Local Post, a joint work, she dedicated herself to discovering the nature of the media in her individual work. She explores the backside of an interface by unmasking the space concealed behind the wall and traces hidden beneath the surface. A thing whose surface is transcribed while maintaining depth from a glass panel is a cosmic being floating in the dark. The media employed for Local Post was an incarnation of the invisible through a variety of output apparatuses while the objects her individual work makes contact with are either the media themselves or the entities encompassing the invisible. Kim reveals these invisible things as entities that can be sensed. Her method of working entails physical labor and appeals to external collaboration as well as scientific and technological strength.
In Shooting in Mullae—Day and Night (2014) displayed at her solo show The Future of Memory, two stray cats wear helmets with built-in video cameras to document images and sounds during the day and night in the alleys of Mullae-dong. The cats play the role of substitutes who explore the inner flesh of a space that is unnoticeable to our eyes.
In contrast, her scanography series Mullae Scanning features things gleaned from Mullae-dong, the metalworking industrial area of Seoul, while Spatial Plants features scanned images of plants she collected in different places. While her previous spatial work is based on exploration and excavation, this work rests on collection and gathering. The former is an outgrowth she attained from deconstructing and analyzing real objects, and the latter is the product she gained by gathering fragments of things. These small individual objects are shards of memories pertaining to Mullae-dong and specimens of plants that grow and die away in a typical country village. The process of scanography reminds us of the death of gleanings that are sent to a specimen room to be preserved with a formaldehyde solution.
As such, Kim has continued to doubt and explore her own identity as an artist while being concerned about how this subject expands her self through a relationship with the external world. The Remapping series she produced in 2005 shows that the subjective conscious is governed by the location of a physical space. It is a series of two-dimensional works in which images resembling a map of the world are incised on a white plaster board. Kim alludes that we are able to make a shift in our perception to the territories that are different from those in a map of the world when territories in three-dimensional space are reduced to a two-dimensional map. This series turned into a globe-shaped globular installation (2006) that has since evolved into a video installation (2012). This subject-centered perception of space has changed into an interactive work that taps into an ancient map of Daegu and its present images in Remapping Daegu (2012). Urban images representing a shifting environment are in an actual reality in which urban images come out of the surface of an ancient map.